[b11 인터뷰] 축구선수로 대학 진학 실패…벼랑 끝, 브라질 남쪽서 답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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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스트 일레븐)

    대한축구협회의 2021년 자료에 따르면, 협회에 등록된 초등학생 선수는 총 7,822명이다. 이중 프로에 가는 건 극히 일부다. 2021년 국내 프로팀 우선지명 선수는 총 139명이며, 프로인 K리그1·2에 등록된 선수는 각 419명과 346명으로, 총 765명이다. 프로 선수가 되는 건 하늘의 별따기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이후 대학이나 프로 팀까지 매 단계 생존하는 선수들은 점점 줄어든다. 탈락은 이들은 각자의 길을 찾아 나서야 한다. 개중에는 축구의 길을 놓지 않는 이도, 아예 놓고 다른 분야로 떠나는 이도 있다.

    22세 김수 씨는 전자에 해당한다. 고교까지 축구선수로 활동했던 그다. 어릴 적 프로 축구에서 골키퍼로 활약했던 아버지 김지운 부천 FC 1995 골키퍼 코치를 보고 꿈을 키웠다. 하나 프로의 꿈이 끝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대학에 진학하기 전, 한계의 벽에 부닥쳤다.

    지난달 30일 <베스트 일레븐>과 유선 인터뷰에서 김 씨는 “고3까지 축구 선수를 했다. 실력이 좋지는 않았고, 대학교를 준비할 시기에 가진 성적이 별로 없어 방황했다”라고 털어놨다. 부친 김 코치는 “아들에게 선수로 대학 진학을 포기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을 때 참 서럽게 울었다”라고 돌아봤다.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그는 해병대에 입대해 국방의 임무를 완수했고, 전역 후에는 브라질 카노아스라는 도시로 혈혈단신 떠났다. 33만 여 명이 사는 브라질 히우그란지두술주(州)의 도시, 그곳에 있는 PRS FC라는 작은 클럽에서 인턴으로 일하며 피지컬 코치의 꿈을 키우고 있다.

    김 씨는 “프로 팀이긴 하지만, 선수들이 모두 어리다. 브라질 캄페오나투 가우슈(히우그란지두술주 리그) B(2부)에 참가하는 팀이다. 최근 리그 8강전에서 탈락했는데, 참 아쉬웠다”라고 팀을 소개했다.

    제로베이스다.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언어였다. 포르투갈어를 전혀 구사하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다. “팀의 피지컬 코치님들이 장비 준비하는 걸 돕고 있다. 훈련하기 전 콘 등을 설치하고 끝나면 걷어오는 일, 경기 중 파스를 뿌리는 일 등을 한다. 성인 팀과 유스 팀을 오가며 일하고 있다.”

    이질적 환경, 통하지 않는 말, 한국과 12시간 시차. 김 씨는 이곳에서 사투를 벌인다. 그래도 끝까지 브라질에서 버티려고 한다. 포르투갈어를 배우면서 ‘축구의 나라’ 브라질에서 수학하며 경력을 쌓으면 축구계에서 일할 수 있다는 자신과 가족의 믿음 하나 때문이다.

    김 씨는 “소통이 솔직히 정말 힘들다. 브라질에 온지 이제 3주가 넘었다. 할 줄 아는 말이 인사, 숫자, 포지션밖에 없다. 변역기를 사용하는데, 보여주기보다 최대한 읽으면서 외우려고 한다. 사실 브라질에는 사서 고생하러 왔다”라고 웃었다.

    지구 반대편 브라질, 그중에서도 카노아스라는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도시까지 건너간 배경에는 부친 김지운 코치가 있었다. 김 코치가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스카우터로 활동하던 시절 만난 한국인 에이전트가 있었다. 브라질에 정착해 50년 가까이 살았고, 마침 사람이 필요하던 PRS에 김수 씨를 추천했다. 김 코치 역은 거기서 끝이었다. 맨손으로 모든 걸 해내는 건 오롯이 김수 씨 몫이다.

    “아버지 그늘을 벗어나고 싶었다. 선수 생활을 하며 아버지 덕을 아주 조금이라도 보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그게 창피했다. 이제 더는 부모님 힘을 빌리고 싶지 않았다.”

    한국과 브라질의 축구 환경은 아주 다르다. 한국이 차가운 분위기 속에서 경기를 준비한다면, 브라질 선수들은 신나는 음악을 크게 틀고 즐기는 마음으로 경기를 준비한다. 김 씨는 “최근 원정길에 버스 바퀴가 터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한국이었다면 화를 냈을 만한 일인데, 여기서는 웃으면서 일을 처리했다”라고 전했다.

    김수 씨가 브라질에서 어엿한 하나의 피지컬 코치로 성장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불확실성의 연속이다. 그 불확실성 안에서 하나의 명확한 목표가 있다면 K리그에서 활약하는 피지컬 코치가 되는 거다.

    “선수 시절 원했던 목표가 K리그 데뷔였다. 이제 선수로서는 불가능하지만, 언젠가 K리그 팀에서 피지컬 코치로 활동하고 싶다. 아버지가 있는 부천? 물론 어린 시절부터 부천 팬이지만, 피치 위에서는 아버지의 상대가 되고 싶다.”

    김수 씨는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이 열리는 11월, 한국에 돌아온다. 브라질에서는 월드컵이 열리면 학교에서도 축구를 보라고 학생들을 돌려보낸다고 한다. 쉬는 프로 팀도 많다. 월드컵 두 달간 한국에서 보낸 후 내년 1월 다시 브라질로 떠난다. 그리고 아주 오래 돌아오지 않을 예정이다.

    기사제공 베스트일레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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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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