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공백→은퇴 위기 왕년의 토종 에이스, 마무리 투수로 재기 성공…문성현이 돌아왔다 [배지헌의 브러시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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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 마스터

    -지난 6년간 1군 무대에서 사라졌던 문성현, 7년 만에 1군 주축 투수로 귀환
    -불펜에서 출발해 필승조로, 마무리로 대활약…조상우 공백 지웠다
    -부상 이후 망가졌던 투구폼 수정, 회전축 개선해 속구 구위 되찾아
    -“마무리 부담? 오히려 책임감 강해져…전력투구로 막자는 생각뿐”

    키움 히어로즈 마운드의 버팀목으로 돌아온 문성현(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스포츠춘추]

    키움 히어로즈 우완 문성현은 지난 6년간 ‘블립(Blip)’ 상태였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데뷔 첫 6년간은 히어로즈 마운드의 토종 히어로즈였다. 해당 기간 팀 내에서 앤디 벤헤켄과 브랜든 나이트 다음으로 많은 이닝을 던졌다. 2011년에는 나이트(172.2이닝) 다음으로 많은 이닝(130.2이닝)을 소화하며 마운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다. 2014년 팀내 국내투수 최다승(9승)도 문성현의 차지였다.

    그랬던 선수가 2016년 이후 1군 무대에서 자취를 감췄다. 첫 6년간 146경기 479.1이닝을 던졌던 투수가 지난 6년 동안은 15경기 19.1이닝 투구에 그쳤다. 25세부터 30세까지 야구선수 전성기 6년이 먼지처럼 흩어졌다. 마치 누군가 핑거스냅이라도 한 것처럼 1군 커리어가 소멸될 위기였다. 목동 시절의 영광을 함께한 팬들의 기억에서도 조금씩 문성현의 존재가 흐릿해져 갔다.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시도한 투구폼-회전축 수정 대성공


    문성현의 데뷔 첫 6년, 그리고 지난 6년의 기록 비교(통계=스탯티즈)

    “지난 몇 년 동안 정말 안 좋았잖아요.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준비했습니다.” 올 시즌, 다시 히어로즈 1군 마운드의 주축으로 우뚝 선 문성현의 말이다.

    문성현은 14일 수원 KT 위즈 전에서 시즌 3세이브를 올렸다. 데뷔 이후 12년간 1개도 없던 세이브를 올 시즌 세 차례 기회에서 세 번 모두 따냈다. 2015년 이후 7년 만에 홀드도 따냈다. 15경기 3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 2.92로 조상우 빠진 키움 불펜에서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야구선수에게 ‘부활’이란 단어를 쓰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부활 외에는 다른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 활약이다.

    투구폼 수정과 회전축 조정을 통해 제구력과 공의 위력을 되찾은 게 비결이다. 송신영 투수코치는 “한 차례 어깨 부상을 겪은 뒤 문성현의 투구폼이 바뀌었다. 원래는 테이크백이 크지 않고 자연스러운 투구폼이었는데, 부상 이후 팔스윙 동작이 달라졌다. 계속 얘기는 했는데, 선수 입장에선 팔이 아프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그런 동작을 하고 있었다”고 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문성현은 테이크백을 줄이고 팔스윙을 짧게 가져가는 쪽으로 투구폼 변화를 시도했다. 송 코치는 “문성현이 올해 1월 결혼을 앞두고 뭔가 큰 결심을 했는지 ‘반드시 투구폼을 잡고 돌아오겠다’고 하더라. 그런데 정말로 팔스윙이 짧아져서 다시 나타났다”면서 “선수가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고 변했다는 점에서 코치로서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했다.

    문성현은 “팔 스윙은 짧게 가져가고 뒤에 불필요한 동작을 없앴는데 생각보다 결과가 괜찮은 것 같다. 스윙은 짧게 하면서 전력으로 던지려는 생각으로 투구동작을 가져가고 있다. 폼을 바꾸면서 공의 회전수나 무브먼트도 다시 좋아지는 느낌”이라 했다.

    속구의 회전축도 수직에 가까운 형태로 다시 세웠다. 과거 문성현은 최고 151km/h, 평균 140km/h 중 후반대 빠른 볼을 던지면서도 많은 안타를 얻어맞았다. 2015시즌에는 속구 피안타율 0.320으로 빠른 볼만 던졌다 하면 난타당했다. 스피드에 비해 공의 회전이 효율적이지 않았고, ‘떠오르는 듯한’ 움직임이 덜해 쉽게 공략당했다. 이 때문에 2014년부터 상무 시절까지는 잠시 투심 패스트볼 투수로 변신을 시도하기도 했다.

    올 시즌 문성현은 속구 구사시 위에서 수직으로 찍어누르는 듯한 형태로 회전축을 개선했다. 포심을 이렇게 던지면 공의 역회전에 마그누스 효과가 작용해 타자 입장에서 마치 ‘떠오르는 듯한’ 착시효과를 가져온다. 중력에 의해 자연스럽게 떨어져야 할 공이 예상보다 덜 떨어지면서 생기는 효과다. 올 시즌 문성현의 포심 피안타율은 0.167이다. 4월 19일부터 5월 13일까지는 8경기 동안 포심을 던져서 한 개의 안타도 맞지 않았다.

    문성현은 “회전축을 좀 더 세워서 던지는 쪽으로 바꾼 게 맞다”면서 “전력분석팀과 대화를 통해 타자를 좀 더 효과적으로 상대하고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한다. 개인적으로도 공부를 많이 했고 주변에도 많이 물어보면서 조금씩 변화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문성현의 변화를 홍원기 감독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홍 감독은 “투구폼 변화는 물론 제구까지 안정됐다. 스피드가 전처럼 150km/h는 아니지만 공의 회전이나 무브먼트가 좋아 정타를 좀처럼 맞지 않는다”면서 “군대에 가기 전보다 모든 수치가 좋아졌다”고 칭찬했다.

    “볼넷 걱정 말고, 포수 미트 찢어버려” 문성현의 전력피칭


    문성현의 투구 동작(사진=키움)

    6년 동안 숱한 고난을 겪으며 단련된 덕분일까. 20대 초반 거칠고 불안했던 멘탈도 안정을 찾았다. 송신영 코치는 머리와 가슴을 가리키며 “항상 얘기하지만 여기, 투수는 여기가 제일 중요하다”면서 “문성현이 예전과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송 코치는 “볼넷이 많은 투수들은 대체로 피안타율도 높은 경향을 보인다”며 “스트라이크를 넣으려고 존에다 밀어넣는 공은 같은 스피드라도 전력으로 던지는 공과 차이가 크다. 팔 스로잉을 느리게 하면서 던지는 공은 배팅볼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란 말로 과거 문성현의 피안타율이 높았던 이유를 설명했다.

    송 코치는 투수들에게 ‘볼넷을 주지 말라’는 부정적 지시를 하지 않는다. 오히려 볼넷을 줘도 좋으니 전력으로 최고의 공을 던지라고 요구한다. 안우진에게는 “빠른볼 스피드가 150km/h 이하로 나오면 이단 옆차기 날아간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송 코치는 “포수 미트를 찢어버린다는 생각으로 던지라고 주문하고 있다”며 껄껄 웃었다.

    문성현은 송 코치의 주문을 훌륭하게 실천에 옮기는 중이다. 그는 “태훈이 대신 마무리 역할을 맡으면서 책임감이 강해지는 느낌”이라 했다. 그는 “마무리에 대한 부담보다는 팀 승리를 위해 무조건 막겠다는 생각만 한다. 내 공을 전력으로 던지려는 마음뿐이다”라고 힘줘 말했다.

    한때 억대였던 연봉이 6년의 블립 기간을 거쳐 올해 3,500만원까지 깎였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1군 캠프 명단에서도 제외됐다.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던 올 시즌, 문성현이 거짓말처럼 다시 일어섰다. 조상우 공백으로 우려가 컸던 키움 불펜을 든든하게 지키는 버팀목으로 다시 돌아왔다. 원래 히어로는 가장 위급한 순간 등장하는 법이니까.

    기사제공 스포츠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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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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