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과 8년 동행 마친 박미희 감독 “오래 믿어줘서 감사하다” [스토리 발리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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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미희 감독. 스포츠동아DB

    흥국생명과 박미희 감독(59)의 8년 동행이 끝났다. 조기에 종료된 ‘도드람 2021~2022 V리그’ 여자부의 마지막 경기였던 21일 흥국생명-GS칼텍스의 6라운드가 결국 흥국생명과 박 감독에게는 많은 의미가 담긴 한판이 됐다. 선수들과 함께 홈팬들에게 작별인사를 하던 박 감독의 눈시울이 유난히 붉어졌던 이유다.

    흥국생명은 박 감독과 4번째 계약의 마지막 해였던 이번 시즌을 마치며 새로운 판을 짜길 원했다. 박 감독도 이심전심으로 그 뜻을 알았기에 깔끔한 인수인계를 준비해왔다. 이로써 2014~2015시즌부터 흥국생명과 함께 해온 박 감독은 V리그 240경기에서 125승115패(승률 0.521)를 기록하고 팀을 떠난다.

    240경기는 이정철 전 IBK기업은행 감독과 함께 V리그 여자부 최다경기 지휘 기록이다. 125승은 이정철(157승), 고(故) 황현주(151승) 감독에 이어 최다승 부문 3위다. 2018~2019시즌 통합우승으로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로 우승한 여자 사령탑이 됐고, 흥국생명에 2차례 정규리그 1위를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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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년이면 만만치 않은 시간인데 팀을 떠나는 소감은.

    “길다면 긴 시간인데 통째로 보면 금방 지나갔다. 매번 한결같이 있다는 것이 쉽지 않은데 한결같아서 다행이다. 나무만 보던 삶이었는데, 밖에 나가면 숲이 보일 것으로 생각한다.”

    -8년의 감독 생활을 되돌아보고 스스로 평가한다면.

    “시작과 끝에 큰 변화가 없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내가 가진 것을 열정적으로 했다. 꼼수 부리지 않고 잔머리 굴리지 않은 채 8년을 변함없이 스스로를 긴장시키며 생활했다는 것에서 아쉬움은 전혀 없다.”

    -여자 감독으로서 새 역사를 썼는데 뒤를 따르려는 후배들에게 충고한다면.

    “감독은 누구나 좋은 성적을 내고 싶어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었다. 얼마나 내가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매일 최선을 다하는지가 더 중요했다. 8년을 믿고 맡겨준 구단의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정말로 깊이 감사드린다. 선수들도 잘 따라줬다. 나와 함께 손발을 맞춰준 스태프가 있었기에 오래 지낼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나와 같이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맞춰주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드러나지 않지만 그들의 역할이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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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수들에게는 팀을 떠난다고 알렸나.

    “따로 말하지 않았다. 그래도 선수들은 다 알 것이다. 함께 고생했던 선수들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8년간 지내면서 이런저런 이유로 팀을 떠난, 내게는 아픈 손가락 같은 선수도 있고, FA(자유계약)로 잘 돼서 간 선수도 있고, 보내기 싫었는데 간 선수도 있다. 나중에 이들이 밖에서 만났을 때 달려와서 인사를 할지 모르겠다.”

    -황금 같은 50대 인생을 함께 보낸 흥국생명인데.

    “51세에 와서 59세에 팀을 떠난다. 지나고 보면 힘든 것도 있었지만 좋은 것이 더 많았다. 매일 변함없이 흐트러지지 않으려고 했다. 때로는 게으름도 피우고 싶었지만 그 자리에서 그 시간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이제는 알람을 맞추지 않아도 된다. 그동안은 식사, 훈련, 미팅 등 모든 약속시간을 지키려고 알람을 맞춰놓고 살았다.”

    -무엇보다 가족들의 희생이 없다면 불가능한 감독 생활인데.

    “어제(21일) 경기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면서 애들에게 ‘엄마가 하고 싶은 것 하는 동안 도와줘서 고맙다’고 문자를 보냈다. 4월에는 가족과 여행도 가면서 쉬려고 한다. 그동안 소홀히 했던 것도 하고, 내게도 틀에 박히지 않은 휴식을 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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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년간 현장에서 치열하게 살다가 벗어나면 허전할 텐데.

    “그동안 많은 감독들로부터 현장을 떠나면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들었다. 긴장감 있는 삶을 벗어나면 마음이 공허해진다고 했다. 사전에 듣고 학습을 했지만 실제로 내가 어떻게 느낄 지는 아직 모르겠다. 일단은 전화가 오지 않을 것이다. 시간은 자유롭겠지만 다른 것은 자유롭지 못할 수도 있다. 닥치면 어떨지는 모르겠다. 당분간은 힘들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도 일정한 계획을 정해 생활하려고 한다. 그동안은 내 삶을 위해 정해진 시간을 보냈고, 이제부터는 내 자신과 약속을 위해 규칙적인 생활을 하려고 한다.”

    -팀을 떠나기 전에 구단과는 어떤 얘기를 주고받았는가.

    “지난주 서로 의견을 주고받았다. 어제 경기를 앞두고 시즌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다고 구단 관계자가 귀띔했다. 새 감독을 위해서 빨리 숙소의 짐을 빼줘야 한다. 내가 살던 집도 최근에 이사를 해서 아직 정리를 못했는데, 숙소의 짐까지 빼서 정리해야 한다.”

    -감사해야 할 사람들이 많을 텐데.

    “내가 지금까지 편하게 감독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믿어준 구단이 가장 고맙다. 스태프와 선수들, 그리고 응원해준 팬들에게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 시간이 되면 고마운 분들을 찾아다니면서 감사의 인사를 할 생각이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사제공 스포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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