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민의 별책부록]KIA 105번의 작별인사 “5년 추억 안고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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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츠월드=전영민 기자] “쿨하고 멋지게 인사하고 싶었습니다”라고 했다. “고향팀에서 야구를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고 했다. 등번호 105번 이동건(28)이 정든 KIA에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이동건은 지난 5년간 KIA를 거친 모든 투수들이 인정한 ‘숨은 영웅’이다. 외야 펜스 뒤에 위치한 불펜에서 그가 외치는 ‘좋다!’ 구호는 홈베이스까지 울려 퍼질 정도였다. 홈경기가 열릴 때마다 그라운드를 가득 채우는 목소리를 두고 구단 한 관계자는 “우리 구단의 자랑”이라며 뿌듯해하기도 했다. 에이스 양현종(텍사스)의 캐치볼과 불펜 투구 파트너였고, 2017시즌 한국시리즈 우승 기념구를 챙긴 살림꾼이다. KIA도 노고를 인정하고 불펜포수였던 그를 올 시즌 육성선수로 전환했다.

    지난 2017년부터 KIA에 몸담은 그가 지난 30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짐을 뺐다. 지난 몇 달 간 고심한 끝에 내린 결단이다. 고향팀 KIA가 좋아서, 홈구장에서 다시 한 번 우승 세리머니를 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매일 수백 개의 공을 받아왔던 이동건도 더 이상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 이동건은 “감독님이 시범경기 일정을 모두 마치고 더그아웃에서 마지막 인사 자리를 만들어주셨다. 주장 (나)지완이 형이 선수단과 함께 준비한 액자, 감사패를 주셨다. 눈물이 날 것 같았는데 겨우 참았다”며 “버티는 게 승리하는 것이라고 들었는데 내가 버티지를 못했다. 구단에서 정말 배려를 많이 해줬는데 보답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 뿐”이라고 했다.

    와중에 약속도 지키고 떠났다. 이동건은 지난해 두 차례 나눔의 손길을 건넸다. 2020시즌 개막에 앞서 플로리다 스프링캠프 MIP(가장 중요한 선수)로 선정돼 받은 상금과 자신의 생활비를 합쳐 지난해 3월 대구경남 지역에 기부했다. 11월 마무리캠프를 마친 뒤에는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 지역 기부계좌에 50만원을 송금했다. 그리고 지난 30일 모교에 추가로 기부하면서 ‘100만원을 채우겠다’라는 약속을 지켰다.

    이동건의 기부 규모가 누군가에게는 작은 비용일지 몰라도 불펜포수에게는 몇 달치 생활비다. 불펜포수는 비시즌마다 강제로 백수가 된다. 신인 선수들이 훈련을 시작하는 새해가 되기 전까지는 단기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번다. 이동건도 설거지는 물론 배달까지 경험했다. 이동건은 “마지막 기부는 학교에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선배들의 기부액에 비하면 새 발의 피보다 작은 돈이지만 내가 명문 KIA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전부였다”고 했다.

    “구단과 선수, 관계자 분들에게 너무 미안하고 감사하다”며 울먹인 이동건은 끝까지 울음을 참았다.

    ymin@sportsworldi.com 사진=이동건 제공

    기사제공 스포츠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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