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김민구, 음주운전이 앗아간 재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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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농구] 한순간 실수로 날개 꺾여, 스킬 트레이너로 새 출발

    프로농구 울산 현대모비스 김민구(30·191cm)가 코트를 떠난다. 김민구는 24일 자신의 SNS에 “21년 농구 인생은 여기서 막을 내려야 할 것 같다. 10살 때부터 31살까지 쉴 틈 없이 달려왔다. 길지 않지만 파란만장한 농구선수 인생이었다”는 글을 올리며 사실상 은퇴를 선언했다. 아직 한창인 나이를 감안했을 때 다소 이른 나이에 농구공을 놓게 됐다.

    김민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음주사고’다. 그는 2014년 6월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를 내 고관절 부상을 당했고 이후 재활을 통해 코트에 돌아왔지만 운동능력, 신체 밸런스 등에서 예전 같지 않았고 그로 인해 좋았던 시절의 모습을 회복하지 못했다.

    물론 최근까지도 식스맨으로서는 어느 정도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신체 능력은 하락했으나 특유의 센스를 바탕으로 경기중 흐름을 바꾸는 역할을 곧잘 소화해냈다. 하지만 그 정도에 만족하기에는 과거에 보여준 모습이 너무 아쉬웠다.

    프로 입단 전부터 김민구는 국내 농구계를 이끌어갈 차세대 슈퍼스타로 꼽혔다. 2013년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 챔피언십에서는 대학생 신분으로 국가대표팀에 발탁되어 대회 베스트5에 이름을 올리는 등 일찌감치 ‘될성부른 떡잎’을 과시했다. 대형 테크니션의 등장에 팬들은 열광했고 ‘데릭민구’, ‘구비브라이언트’ 등 굵직한 닉네임들이 김민구 이름 앞에 붙었다. ‘제2의 허재’라는 수식어도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얼마전 있었던 2021 FIBA 아시아컵 예선에서 가장 돋보였던 것은 고려대 하윤기(22·204cm), 데이비슨대 이현중(21·202cm), 용산고 여준석(19·203cm) 등 젊은 피들이었다. 셋은 아직 프로 무대를 밟지 않은 상황임에도 큰 경기에서 주눅 들지 않고 자신만의 플레이를 보여주며 팬들의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이들의 활약이 있었기에 KBL MVP 출신 허훈, 송교창, 이정현, 김선형 등의 공백을 상당 부분 메울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들이 입을 모아 아쉬움을 토로한 것은 취약한 가드진이었다. 스윙맨, 골밑 자원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었으나 그들을 이끌어줄 패싱게임에 능한 가드가 없었다. ‘스나이퍼’ 김낙현, ‘옹박’ 이대성으로는 한참 부족했다. ‘김민구가 사고 없이 성장해서 국가대표팀을 이끌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더더욱 깊어지는 대목이었다.
     

     ‘음주사고’로 농구 인생이 무너져내린 비운의 천재 김민구가 은퇴를 선언했다.
    ⓒ 전주 KCC

     
    1, 2번 소화가 모두 가능했던 천재 가드
     
    2013년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전주 KCC가 김민구를 지명하자 해당팀 팬들은 환호성을 외쳤다. 비록 1순위는 김민구와 함께 ‘경희대 빅2’중 한명으로 꼽히던 국가대표 빅맨 김종규(30·207cm)에게 돌아갔지만 당시 분위기는 ‘누가 1순위로 뽑혀도 이상하지 않다’는 평가가 있을 만큼 박빙이었다. 국가대표 센터 자원의 가치를 생각했을 때 김민구가 어떤 기대를 받았던 선수인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프로에서 제대로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 이상이었다. 슈터로 이름이 높기는 했으나 단순히 3점 슛만 잘 쏘는 게 아니라 빈 공간이 보이면 지체없이 돌파를 시도했고 성공률 또한 매우 높았다. 김선형이 폭발적 스피드로 수비진을 찢고 들어가는 스타일이었다면 김민구는 유연하게 수비수를 제쳤다. 큰 선수들이 가로막아도 재치 있게 ‘플로터’를 성공시켰다. 나이는 어리지만 ‘농구 도사’를 연상케 했다.

    여기에 더해 모두를 놀라게 한 것은 넓은 시야와 뛰어난 패싱 센스였다. 원맨 리딩이 가능한 1번이 줄어들고 있는 현 추세에서 2번은 단순히 공격력만 좋아서는 안 된다. 1번을 도와 보조 리딩이 가능한 슈팅 가드가 각 팀마다 절실해지고 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역할을 해낼 수 있는 해당 자원은 극히 드문게 사실이다.

    부상 전 김민구는 단순히 보조 리딩을 잘하는 수준을 넘어서 경기 전체를 꿰뚫어 보는 눈썰미와 어지간한 정통 포인트 가드 뺨치는 넓은 시야를 과시했다. 달리는 동료에 맞춰 속도를 조절해가며 패스를 뿌릴 수 있을 정도로 손끝이 날카로웠다.

    때문에 김민구는 어떤 상황에서도 높은 팀 공헌도를 자랑했다. 슛감이 안 좋은 날에는 패스를 통해 팀에 공헌 할 수 있는 올라운드 플레이어였다. 김민구가 공을 잡으면 수비수 입장에서는 슛과 패스를 모두 신경 써야 하기 때문에 막아내기가 매우 어려웠다.

    국가대표 활동 등으로 팀 훈련에 제대로 참가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프로 데뷔 첫해부터 팀내 주축으로 활약하며 46경기에서 평균 13.4득점, 5.1 리바운드 4.6 어시스트를 기록한 것이 그의 천재성을 증명한다. 미국프로농구(NBA) 댈러스 매버릭스의 슬로베니아산 젊은 에이스 ‘할렐루카’ 루카 돈치치(22·201cm)가 그렇듯 리그를 압도할만한 운동능력 등은 없었지만 ‘BQ(바스켓 아이큐)’로 농구를 하는 젊은 끝판왕 같은 이미지였다.
     
    새로운 인생, 천재 조련사로 재도약할까?
     
    앞서 언급한 데로 음주사고 이후 김민구의 큰 날개는 꺾여버리고 말았다. 차세대 국가대표 에이스가 확실시 되던 선수였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김민구 본인은 물론 소속팀 KCC, 국가대표 팀까지 모두가 손해였다. 국가대표 소집기간 중 음주사고를 일으켰다는 점에서 농구에 대한 이미지까지 심각하게 훼손시켰다.

    음주사고 이후의 행보 역시 아쉬움이 컸다. 몸 상태를 떠나 프로선수로 다시 돌아올 수 있게 기회를 얻었다는 것만으로도 김민구에게는 큰 혜택이었다. 당시 소속 구단 KCC는 안팎에서 엄청난 비난을 받으면서도 김민구의 부활을 위해 양팔을 걷어붙이고 지원해줬다. 허재 감독, 추승균 감독 역시 꾸준한 출장 기회를 제공하며 제자에 대한 애정을 멈추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크게 몸을 낮추고 겸손한 자세가 필요했지만 아쉽게도 김민구는 그러지 못했다. 경기중 상대 선수와 시비가 붙는 모습이 자주 보이는가 하면 팀을 옮겨갈 때도 “제대로 기회를 받지 못했다”는 부적절한 인터뷰 등으로 전 소속구단과 팬들을 실망시켰다. 속내는 어떻든 반성하고 감사하는 등의 모습이 아쉬웠다.

    김민구는 은퇴 후 고양 오리온에서 뛰었던 박찬성과 함께 스킬 트레이너로 새 출발할 계획임을 밝혔다. 기술적으로는 원체 뛰어난 선수였던 만큼 새로운 분야에 대한 기대의 목소리도 크다. 자신의 천재성은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지만 천재 조련사로의 행보는 충분히 주목해볼 만하다.

    아쉽게 꺾여버린 농구 재능은 안타깝지만 음주사고라는 주홍글씨는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책무다. 더불어 뒤를 잇는 후배들 역시 이같은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기사제공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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