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시간을 거스르는 자” 롯데 불펜 버팀목, 다시 시간 앞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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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 김대우는 불의의 어깨 부상으로 전반기 등판이 어렵다. 우여곡절 끝에 맞이한 전성기. 하지만 그간 숱한 파도를 가뿐히 넘어온 만큼 다시 웃을 김대우를 많은 이들이 응원하고 있다. 사진제공 | 롯데 자이언츠

    “후배들이 요즘 저를 ‘시간을 거스르는 자’라고 불러요. 싫지만은 않네요.”

    시즌 초, 김대우(37·롯데 자이언츠)는 인터뷰에서 껄껄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김원중(28), 구승민(31) 등 여러 후배들이 “롯데의 벤자민 버튼”, “시간을 거스르는 선배”라고 애정 섞어 불러주는 별명이 정말 고맙다고. 그도 그럴 것이 유니폼을 벗어도 이상하지 않을 30대 후반에 프로 첫 전성기를 맞았다. 시간을 거스른 김대우는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그런 김대우가 다시 시간의 장난 앞에 섰다. 롯데는 21일 “김대우가 우측 어깨 회전근개 부분파열 진단을 받았다. 최소 4주간 휴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부상 전까지 30경기서 2승2패7홀드, 평균자책점(ERA) 3.30으로 호투하고 있었다. 불펜 ERA 최하위로 처진 롯데로서는 셋업맨의 이탈이 너무도 뼈아프다. 래리 서튼 감독은 22일 “확실하진 않지만 6~8주 정도 이탈을 생각 중이다. 굉장히 안타깝고 아쉽다”고 털어놨다.

    돌이켜보면 김대우에게 파도는 익숙하다. 광주제일고 시절 초고교급 투수로 시선을 끌었으나 프로 대신 대학행을 택했다. 해외 진출을 꿈꿨으나 여의치 않았고 대만프로야구 입단 무산 등을 거쳐 우여곡절 끝에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돌고 돌아 밟은 프로무대는 너무도 혹독했다. 2시즌간 투수로 4경기에 등판해 ERA 16.39의 초라한 성적만 남겼고, 이후 타자로 전향했다. 하지만 이 역시 147경기 타율 0.212, 7홈런으로 여의치 않았다.

    은퇴를 고민하던 시점. 야구 인생이 비로소 꽃피기 시작했다. 물과 거름은 구단이 제안한 변형 패스트볼이었다. 4월 16일 사직 삼성 라이온즈전. 18년 만에 첫 승을 거둔 그에게 모두가 박수를 보낸 이유다.


    롯데 후배들은 김대우(왼쪽)를 시간을 거스르는 자 라고 불렀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맞이한 전성기가 오래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사진제공 | 롯데 자이언츠

    김대우는시즌 초 “공을 던지고 있다는 자체가 좋다. 진즉 방출됐어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와 성적인데 롯데가 날 기다려줬다. 감사한 구단”이라며 “이 나이엔 후배들이 차근차근 올라가도록 돕는 역할만 해도 행복하다. 후배들이 조금 안 좋은 상황이라 ‘대리’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동기들은 물론 후배들 중에도 유니폼을 벗은 이들이 많다. 하루하루가 감사하다. 지금의 초심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다짐했다.

    목표는 뚜렷했다. 인기는 후배들이 가져가도 좋으니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승리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팬들의 관심이 과분하지만, 자신보다 후배들이 더 주목받길 바랐다.

    “결국 불펜에서는 (김)원중이, (구)승민이, (박)진형이가 최고 스타가 돼야한다. 난 그때까지 진흙 위에서 뒹굴며 버팀목이 되어주면 그만이다. 그런 과정 속에서 팀 성적이 올라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까지 밟으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다.”

    시간을 거스르던 여정에 찍힌 쉼표. 마침표는 아니다. 다시 시간 앞에 섰는데, 그간 파도가 할퀸 상처들 위엔 굳은살이 가득하다. 거듭된 포지션 전향, 해외 도전 등 더 센 풍랑도 번번이 이겨냈기에 재활 역시 거뜬히 마치고 돌아올 터. 김대우에게는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이 아직 더 남아있다.
    사직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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