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새 야구장? 일단 전국 최악의 시설부터 고쳐놓고 얘기할까요 [배지헌의 브러시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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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 홈구장 사직, 원정팀 편의시설 리모델링 공사 중…구단 자체 예산 투입해 진행
    -추신수, 이대호의 작심 발언 “야구장 환경 열악해” “선거철 공약 좀 지켜달라”
    -10년째 고장 난 녹음기처럼 ‘돔구장’ ‘돔구장’ 되풀이…시급한 야구장 개보수는 뒷전
    -야구계 “임기 1년 3개월 새 시장이 새 야구장 건설? 제발 실천 가능한 약속이나 지켜라”
     

    구도 부산의 사직야구장. 그러나 전국 모든 야구장 중에 가장 노후하고 열악한 야구장이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
     
    롯데 자이언츠 홈구장인 부산 사직야구장은 최근 3루측 더그아웃 공사 중이다. 이번 주말 열리는 홈 개막전을 앞두고 원정팀 편의시설을 개선하는 작업에 한창이다. 좁고 지저분하고 불편했던 원정팀 휴식공간을 보다 쾌적하게 바꾸는 공사다.
     
    롯데 관계자는 “최근 SSG 추신수 선수가 한국 야구장의 열악한 원정팀 시설에 대해 한 말을 듣고 안타까웠다” “마침 우리 구단도 원정팀 편의시설을 리모델링하는 중이다. 우리도 사직을 벗어나면 원정팀이지 않나. 원정 선수들이 조금이나마 나은 환경에서 경기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추신수는 최근 한국 야구장 인프라에 대해 ‘작심 발언’을 해 큰 화제가 됐다. 그는 “우리 선수들이 너무 열악한 환경에서 야구하는 것 같다”며 “더 좋은 환경에서 운동하면 더 나은 선수가 될 가능성이 있는데 안타깝다”고 했다. 
     
    추신수는 “원정팀용 실내 배팅 케이지가 없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선수들 치료 공간도 부족하고, 뜨거운 물을 받을 곳도 없다. 그냥 유니폼 입고 경기장에 와서 배팅 조금 치다가 경기하는 거다”라고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어 “한 경기를 위해 모든 걸 쏟아붓고 준비해도 모자란 데…준비할 수 있는 걸 다 하고도 다치는 것과, 여건이 안 돼서 준비를 못 한 채 다치는 건 큰 차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롯데는 “현실적인 문제로 원정팀 실내 케이지나 샤워시설까지 바로 개선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면서도 “가능한 수준에서 좀 더 나은 여건을 제공하려고 공사 중이다. 앞으로 계속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누가 새 구장 지어 달랬습니까? 정상적으로 경기할 환경부터 마련해 주세요
     

    코로나19로 관중 없이 지난 시즌을 치른 사직구장(사진=엠스플뉴스)
     
    추신수에 이어 동갑내기 라이벌 이대호도 외쳤다. 그는 개막 경기를 앞두고 “정치하시는 분들이 선거철 때마다 야구장 공약을 거시는데, 좀 지켜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제일 오래된 야구장도 원정팀이 준비할 공간을 어떻게든 만들어 준다. 선수들이 더 편안하게 쉬고 운동할 공간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이대호의 발언이다.
     
    추신수와 이대호는 메이저리그와 한국야구를 모두 경험한 대선수다. 최첨단 시설을 보유한 빅리그의 다양한 구장을 두루 체험했다. 그런 두 선수가 요구한 건 대단한 게 아니다. 개폐식 돔을 지어달라고 하지도 않았고 새 구장을 지어달라 한 적도 없다. 그저 현재 있는 시설에서 아주 약간의 개선을, 최소한 정상적인 경기를 펼칠 수 있는 환경만 만들어달라고 요구했을 뿐이다. 
     
    오늘 먹을 빵이 없어 굶는 사람에게 ‘나중에 부자 되게 해줄게’란 약속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입으로 야구장을 지을 수 있다면 부산엔 이미 돔구장이 수십 개는 지어졌을 거다. 부산에서 돔구장 얘기가 처음 나온 건 지난 2010년. 당시 허남식 부산시장 후보(한나라당)가 돔구장 건설 공약을 발표했다. 하지만 정작 당선된 뒤엔 공약(空約)이 됐다.
     
    2011년엔 뜬금없이 구덕 돔구장 얘기가 나왔고 2012년엔 반여동 돔구장 제안이, 2015년에는 북항 개방형 돔구장이 새 의제로 떠올랐다. 북항 해변야구장 건립을 놓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서병수 부산시장이 만나 대화도 나눴지만 이후 진전은 없었다. 
     
    2018년에도 부산시는 지방선거를 반년 앞두고 ‘종합운동장 야구장 중장기발전 마스터플랜 수립 용역’을 실시했다. 혈세를 들여 자문위원회를 만들고 일본과 창원 신축구장 공사장을 방문하고, 시민공청회를 연 뒤 ‘2023년 개폐식 돔구장 건립’을 약속했지만 서병수 시장의 낙선으로 또 한 번 ‘꿈의 구장’에 그쳤다.
     
    전임 오거돈 시장 역시 후보자 시절엔 동구 북항 지역에 개방형 야구장을 짓겠다 공약했지만, 당선되자 야구장 공약은 뒷전으로 밀렸다. 급기야 지난해 성추행 파문으로 사퇴해 또 한 번 공수표가 됐다. ‘야구장 정치’는 이번 4·7 재보궐 선거에서도 되풀이됐다. 경선에 나온 국민의힘 예비후보들이 앞다퉈 야구장 건립 공약을 내놨고, 본선에 나온 후보들도 여야 할 것 없이 야구장 공약이다.
     

    성추행 파문으로 사퇴한 오거돈 전임 시장. 개방형 야구장 공약을 내고 당선됐지만 야구장 와서 사진만 찍고 돌아갔다(사진=엠스플뉴스)
     
    KBO는 4월 5일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국민의힘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에게 부산시 야구장 인프라 개선과 관련된 요청 사항을 전달했다”며 두 후보가 보낸 답변서를 공개했다. 
     
    답변서에 따르면 김영춘 후보는 “복합문화가 있는 돔야구장의 건설은 공약 중 하나다. 호텔, 공연장, 실내체육시설 등을 아우르는 복합문화시설로 구성해 365일 활력이 있는 명소로 만들겠다”고 답변했다. 박형준 후보 역시 “부산시장이 되면 야구장 신설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며 “단순히 야구장으로만 활용하는 시설이 아니고 쇼핑 및 엔터테인먼트가 가능한 복합 시설로 만들어서 활용도를 높이고 경제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소식을 접한 한 야구 관계자는 “KBO에서 두 후보에게 요청한 건 신축 구장 건립이 아니라 ‘신축구장에 대한 타당성 조사 용역’인데, 둘 다 엉뚱한 답을 내놨다” “일단 타당성 조사를 해야 다음 단계를 진행할 수 있을 텐데 묻는 말에는 대답도 안 하고 돔구장이니 복합 멀티플렉스니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임기 1년 3개월짜리 시장이 수천억 원이 들어가는 새 구장을 짓겠다는 약속을 누가 믿겠나. 전임 시장 중에 아무도 약속을 지킨 사람이 없다 보니 더 믿기 어렵다. 1군 경기 등판도 못 한 신인이 한국시리즈 MVP를 장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선거철 곰탕은 제발 그만 우려내고, 당장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부터 실천했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사소한’ 시설 개선-사용료 감면 요청엔 귀 막고 지키지도 못할 ‘새 구장’ 공약만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에 출마한 김영훈-박형준 후보. KBO의 요청에 새구장을 짓겠다는 약속만 할 뿐, 시설 개선이나 사용료 감면에 대해선 구체적 답을 내놓지 않았다(사진=엠스플뉴스)
     
    KBO는 신축 구장 타당성 용역 조사 외에도 ‘사직구장 시설 개선 및 개보수 관련 부산시 지원’ ‘구장 사용료 추가 감면’을 요청했다. 김영춘, 박형준 후보는 이에 대해선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부산 사직야구장은 국내에서 가장 노후하고 열악한 야구장으로 꼽힌다. 1985년 개장해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1964년), 잠실야구장(1982년) 다음으로 오래됐다. 비가 오면 물이 줄줄 새고, 바퀴벌레가 창궐한다. 불펜 문을 열다 손이 찢어지고 펜스 철망을 잡다 손바닥 근육이 손상되는 부상도 끊이지 않는다. 
     
    이에 KBO는 “노후한 사직야구장 시설 개보수를 구단이 중장기적 계획 하에서 선투자해 진행하고, 부산시에서 경기장 위탁료에서 차감하는 형식으로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한 김영춘 후보의 답은 “당선 이후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였고, 박형준 후보 측은 아무 답도 내놓지 않았다. 
     
    구장 시설 문제가 선수들의 생명을 위협한다면, 구장 사용료 문제는 롯데 구단의 생존이 달린 문제다. 롯데는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구단 살림에 치명적 타격을 입었다. 2019년 77억 9천만 원이었던 입장수익이 지난해 5억 3천만 원으로 93%가 줄었다. 올해도 시즌 개막을 앞두고 부산 지역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해 지방 구단 중에 유일하게 관중을 10%만 받는다. 롯데 관계자는 “올해를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 의문”이라 말했다.
     
    하지만 부산시는 사용료 감면은커녕 오히려 사용료를 대폭 인상하는 상식 밖의 결정을 했다. KBO 자료에 따르면 부산시는 지난해 부산시의회 요청에 따른 ‘사직야구장 관리위탁 원가계산 조정 검토’로 조정 전 19억 4천만 원이던 구장 사용료를 33억 7천만 원으로 인상했다. 롯데 구단은 전국에서 가장 후진 야구장을 가장 비싼 돈을 주고 사용하는 특혜를 누리게 됐다. 
     
    부산이 낳은 한국야구 최고스타 추신수, 이대호는 ‘야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을 호소했다. 하지만 부산시는 아무 응답이 없고 시장 후보들은 지키지도 못할 새 야구장 공약만 영혼 없이 반복한다. 정작 원정팀 시설 리모델링 공사는 롯데가 구단 예산을 쪼개서 진행 중이다. 앞으로 부산지역 선거에 출마하는 분들은 부디 어디 가서 ‘야구 좋아한다’는 말은 입에 올리지도 않길 바란다. 선거 때만 야구를 이용하고 당선되면 나몰라라 하는 야구팬은 사절이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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