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구단의 품격은 어디갔나. 전북-백승호 인터뷰 거부사태, 유야무야 넘어가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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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K리그1 전북 현대는 올 시즌에도 파죽지세로 리그 선두를 독주하고 있다. 12라운드까지 치른 25일 현재 무패(8승4무) 행진 중이다. 시즌을 앞두고 선임된 김상식 감독은 ‘초보’임에도 감독 첫 해부터 안정된 지도력을 보여주며 ‘명가’ 전북의 선두 질주를 이끌고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전북이 이 같은 모습을 계속 이어간다면 5시즌 연속이자 통산 9번째 우승을 거머쥘 가능성이 짙다. 성적만 보면 ‘리딩 구단’이라는 타이틀이 어색하지 않다.


    수원 삼성과 전북 현대의 K리그 1 2021 7라운드 경기가 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경기 전 수원 서포터즈가 전북을 비난하는 플래카드를 펼쳐보이고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1.04.03/
    ▶’리딩구단’ 답지 않은 전북의 아마추어리즘

    하지만 최근 보여준 전북 구단의 행보는 ‘리딩 구단’의 품격과는 거리가 멀다. 발단은 백승호의 무리한 영입이었다. 백승호는 유소년 시절 수원 삼성으로부터 해외 유학 지원금 3억원을 받으며 ‘K리그 복귀 시 수원 입단’에 대한 합의서를 작성했지만, 이를 무시했다. 전북은 애초 ‘합의서의 존재를 몰랐다’며 영입을 철회하는 듯 하더니 지난 3월 30일 전격적으로 백승호 영입을 발표했다. 당시 축구 팬들은 ‘전북이 동업자 정신을 버렸다’, ‘리그를 선도하는 구단이라더니, 선을 넘었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타구단 역시 전북의 행태에 대해 비판의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스포츠조선 3월 31일 보도>.

    하지만 이런 비난 여론은 오래가지 못했다. 리그가 진행되고, 전북이 고공비행하면서 어느 새 이 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전북 구단의 입장에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법 하다. 그런데 이 문제는 완전히 해결된 게 아니다. 전북이 진짜 ‘리딩 구단’이라면 일련의 사태에 대해 성숙하고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줘야 했다.

    그러나 전북은 또 다시 아마추어적인 대처로 ‘리딩 구단’의 품위를 스스로 저버렸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의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경기 후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하는 ‘수훈선수 인터뷰’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 지난 24일 춘천 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강원FC와의 12라운드 원정경기 후에 벌어진 일이다.

    1대1 무승부로 끝난 경기였는데, 현장 취재진은 공식 인터뷰 선수로 전북 백승호를 지목했다. K리그 입성 후 첫 선발로 풀타임을 소화한 ‘한국 축구의 미래’에게 경기 후 소감을 듣기 위해서였다. 마침 이날 현장에는 김학범 올림픽 대표팀 감독이 직접 방문해 경기를 지켜봤다. 대표팀 합류가 예상되는 백승호가 공식 인터뷰 대상이 되기에 충분한 이유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팬들의 알 권리와 연맹 규정 무시한 ‘백승호 인터뷰 거부’

    하지만 전북은 이 요청을 묵살했다. 전북 구단은 그 이유로 두 가지를 들었다. 하나는 “백승호는 오늘 경기 ‘맨 오브 더 매치(MOM·최우수선수)’가 아니다. 연맹 규정상 MOM이 아닌 선수에 대한 기자회견 요청은 우리가 거절할 수 있다”였다. 그러나 이 답변은 한국프로축구연맹의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연맹 홍보팀 관계자는 “규정은 수훈선수를 선정할 때 경기 활약도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라는 취지였다. 그러나 구단이 임의대로 거부할 수 있다는 규정은 없다”고 답변했다.

    사실 전북의 진짜 속내는 그들의 두 번째 답변인 “수원과의 문제가 아직 안 끝났다”에 들어있다고 볼 수 있다. 백승호가 미디어에 노출될 경우, 혹시나 나올 수도 있는 ‘수원과의 분쟁’에 대한 질문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연맹 규정을 임의대로 이용한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백승호 영입이 떳떳하지 못했다는 걸 전북 구단 스스로 자인한 꼴이나 다름없다.

    경기 후 진행되는 공식 인터뷰의 진짜 목적은 결국 축구 팬들의 ‘알 권리’를 위한 것이다. 연맹이 미디어 가이드라인을 정해놓고, 이를 어길 경우 제재규정(경기규정 36조 3항 ‘인터뷰를 실시하지 않거나 참가하지 않을 경우, 해당 클럽과 선수, 감독에게 제재금을 부과할 수 있다’)까지 만들어 둔 건 선수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취재진을 통해 축구 팬들에게 전달하기 위함이다.

    인터뷰가 늘 좋은 상황에서 진행될 수는 없다. 때로는 힘든 상황에 대한 심경을 토로하거나, 민감한 문제에 대한 해명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결국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하는 지에 따라 구단의 품위가 드러난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정면 대응을 선택한 기성용과 FC서울의 품격

    좋은 사례가 있다. FC서울 기성용은 25일 수원FC와 원정경기에서 1대1로 비긴 뒤 공식 인터뷰에 응했다. 시즌 초 ‘학폭 논란’에 휩싸여 마음고생을 한 기성용은 최근 ‘투기 논란’으로 또 논란에 휩싸였다. 선수 입장에서는 난감하고 괴로운 일이 연달아 생긴 경우다. 하지만 기성용은 정상적으로 인터뷰에 응했고, 담담하게 논란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FC서울 구단도 이를 막지 않았다. 대단히 성숙하고 프로다운 자세라고 볼 수 있다.

    다른 사례도 있다. 지난 6일 대구FC-성남FC전 때도 0대0 무승부로 끝난 경기에서 ‘수훈선수 인터뷰’로 기자회견장에 나온 선수는 정승원이었다. 대구와 계약 문제로 마찰을 빚다가 뒤늦게 팀에 합류한 정승원의 첫 홈경기 출전이었기에 MOM이 아님에도 인터뷰 대상으로 지목된 것이다. 대구 구단과 정승원은 아무런 이견 없이 인터뷰에 응했고, 진솔한 속내를 밝혔다. 이렇듯 ‘MOM’이 아닌 선수가 수훈선수 인터뷰에 초대되는 경우는 부지기수다. 결국 전북 구단의 대응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행위나 마찬가지다. ‘리딩구단’의 품격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행태라고 밖에 볼 수 없다.

    한편, 연맹 측도 전북의 ‘인터뷰 거부’ 사안에 대해 인지하고, 제재를 검토할 예정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조연상 사무총장은 “12라운드가 종료된 이후 사무국 차원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맹 경기규정 제36조 3항에는 ‘인터뷰를 실시하지 않거나 참가하지 않을 경우, 해당 클럽과 선수, 감독에게 제재금(50만원이상)을 부과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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