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었다, 몰래 던지다 걸리고 이승진 슬럼프 극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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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엑스포츠뉴스 김현세 기자) ‘너가 쉬지를 않으니 팔이 더 안 좋아지는 거다.’ ‘그만 좀 하라.’ ‘생각 없이 해 보라.’

    “이제야 무슨 뜻인지 다 알았습니다.” 지난해 이승진(27, 두산 베어스)이 많이 들은 말은 ‘생각이 많다’다. 마무리 투수 후보에도 올랐다가 셋업맨으로 시작한 첫 시즌. 그는 구원 등판한 47경기에서 2세이브 13홀드, 평균자책점 3.91로 한 해 전보다 나은 수치를 남겼는데도 유독 곡절이 많았다고 돌아봤다. 많이 기대받은 만큼 스스로에게 엄격했던 그는 주위에서 해 주는 조언마저도 실천하기 어려워했다.

    이승진은 “도를 넘으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고 하지 않나. 장원준, 이현승 선배님 같은 베테랑을 보면 항상 정도를 지키는데, 나는 도를 넘었다”며 “욕심을 부렸다”고 말했다. 지난 2020년 트레이드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뒤에는 핵심 선수로 평가받기 시작했고, 그만큼 더 잘하고 싶었다. 주위에서 ‘공 좋다’고 해도 스스로 만족하지 못했다. 그는 “돌이켜 보면 바보 같았다. 그때 폼이든 뭐든 유지했어야 했다”며 “내가 잘못 생각했다. 그냥 하면 됐던 거다”라고 털어놨다.

    이적 첫 해에는 150km/h에 육박하는 빠른 공에 주목하는 시선이 많았다. 당시에는 전광판을 돌아 보는 일이 잦았다. 등판 횟수가 상대적으로 잦은 불펜 투수에게는 경미한 구속 저하가 따르기 마련인데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김태형 감독은 이승진을 2군에 보내면서 “기술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게 아니다”라며 “계속 부딪혀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에는 이승진의 생각을 줄이려 온전히 휴식만 취하게도 해 봤다. 

    이승진은 “나는 쉴 때 쉬지 않았다. 밸런스가 안 좋아도 계속 던지며 컨디션을 되찾으려 했다. 감독, 코치님 눈을 피해 숨어서 공 던진 날도 있었다. 그러면서 더 나빠졌다. 힘을 너무 많이 소모한 거다. 구위는 당연히 떨어졌다. 이후에도 1군에서 감독님 몰래 셰도 피칭하다가 걸린 적도 있는데, 다 욕심이었다. 감독, 코치님, 형들 말이 다 맞았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또 “그 무렵 (홍)건희 형이 해 준 말이 기억난다. ‘승진아, 이것 하나만 말해 주고 싶다’며 ‘형도 마운드에 오르면 전광판을 안 보려 한다. 보면 괜히 힘만 더 들어간다. 보면 독이 된다. 내 말 믿고 타자만 신경 써 보라. 구속은 때 되면 다 나온다’고 해 줬다. 한번 안 보려 해 봤다. 그랬더니 다른 데 신경 쓸 여력이 생기더라. 타자와 승부에 더 집중했다. 제구도 좋아졌고, 다음에 던질 공도 여유롭게 생각해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타자와 승부에만 집중하기 시작한 뒤로는 잡념도 사라졌다. 이승진은 “7, 8월에는 2군에 계속 있었다. 제구는 되는데 구위가 너무 안 좋았다. 구속도 140km/h 이하로 나오더라. 예전 SK 시절에 좋지 않았던 나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다시 좋아질 거라는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답답했다. 그때부터 내려놓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도 안 될 거, 그냥 해 보자. 폼이든 뭐든 신경 쓰지 말고 해 보자’고 생각했다. 그랬더니 되더라. 가을야구에서는 구위도 조금은 돌아왔다.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다음 시즌에는 절대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돌아봤다.

    지난해 9월 15일 1군에 다시 콜업된 이후에는 반등 가능성을 보였다. 그때부터는 2군에도 다시 가지 않았다. 당시 구원 등판한 14경기에서는 평균자책점 2.45로 활약하며 두산의 포스트시즌 진출에도 힘을 보탰다. 포스트시즌에서도 준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에 출장해 과부하에 시달린 두산 불펜에 힘을 보탰다.

    이승진은 “이천에 가 있을 때도 선배님들께서 ‘그만 좀 하라’, ‘너가 쉬지를 않으니 팔이 더 안 좋아지는 거다’라는 말도 해 주셨다. 좀 더 빨리 깨달았다면 어땠을까. 나는 왜 스스로에게 가혹했을까”라며 “다음 시즌에는 다시 필승조에서 던지고 싶다. 감독, 코치님께 믿음을 드려 필승조로 다시 돌아가는 게 올해 목표 가운데 하나다”라고 말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기사제공 엑스포츠뉴스


    엑스포츠뉴스
    김현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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