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의 반문 “우리가 백승호의 선수 생명 위협한 가해자입니까” [엠스플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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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과의 관계를 정리하는 게 먼저”라고 했던 전북, 3월 30일 백승호 영입 
    -“전북은 문제 해결 전까지 백승호 영입 없을 것이라고 두 차례나 약속”
    -“백승호는 전북이 제공한 숙소에서 자가격리···전북은 백승호 자가격리에 300만 원 썼다”
    -“백승호 측이 1차 합의서 내용 위반하지 않았다면 2차 합의서는 작성하지도 않았다”
    -“수원이 백승호를 영입할 의사가 없었다는 건 어불성설”
    -“구단 고위층에서 ‘유소년 축구에 계속 투자해야 하느냐’고 묻는데 할 말이 없더라”
     

    백승호가 전북 현대 이적을 확정했다(사진=KFA)

     
    [엠스플뉴스]
     
    2월 22일. 전북 현대는 백승호(24) 영입 작업을 전면 중단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백승호가 수원 삼성과의 관계를 정리하는 게 먼저다. K리그 유소년 시스템의 근간을 흔들 이유가 없다. 수원은 리그 경쟁자인 동시에 동업자다. ‘안 좋은 선례’를 남길 순 없다.” 
     
    그랬던 전북이 돌연 태도를 바꿨다. 전북은 3월 30일 백승호를 영입했다. 전북은 또 한 번 ‘좋지 않은 선례’를 언급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선수등록 마감이 3월 31일까지다. 수원 입단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K리그 이적을 희망하는 백승호가 무사히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영입을 결정했다. 장래가 있는 선수가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하고 자칫 선수 생명이 중단된다면 K리그에 좋지 않은 선례로 남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백승호는 2019년 8월 29일 독일 2.분데스리가(2부 리그) SV 다름슈타트 98과 3년 계약을 맺었다. 백승호는 다름슈타트와의 계약이 1년 4개월 남은 상태였다. 백승호가 수원과의 갈등을 풀지 못하더라도 돌아갈 소속팀이 있었다. 6월 23일부턴 K리그 여름 이적 시장도 개장한다. 전북의 주장처럼 ‘자칫 선수 생명이 중단될’ 위기는 아니었다. 
     
    수원 관계자는 “구단이 백승호와 작성한 합의서가 있다는 걸 전북에 이야기했다”며 “전북은 두 차례나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백승호 영입은 없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이어 “구단은 전북이 백승호 영입을 확정 짓기 전 어떠한 말도 듣지 못했다. 전북은 급작스럽게 태도를 바꿔 백승호 영입을 결정했다. 우리가 백승호의 선수 생활을 가로막은 가해자가 된 느낌”이라고 했다. 
     
    수원은 ‘특급 유망주’ 백승호를 물심양면(物心兩面) 도왔다
     

    수원 삼성의 지원으로 바르셀로나 유소년 팀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던 백승호(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백승호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축구계 눈을 사로잡은 재능이다. 그는 서울 대동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 중이던 2009년 주말리그 18경기에서 30골을 터뜨렸다. 2010년엔 제22회 차범근축구상 대상도 받았다. 최태욱(1993), 김두현(1994), 하대성(1997), 기성용(2001) 등이 차범근축구상 대상 수상자 출신이다. 
     
    수원 삼성은 백승호의 재능을 일찌감치 알아보고 영입을 추진했다. 수원은 2009년 10월 백승호와 구단 유소년 팀인 매탄중학교 입단에 합의했다. 
     
    합의서가 등장한 건 2010년 3월 말이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명문 바르셀로나가 백승호에게 유소년 팀 입단을 제안한 시점이다. 
     
    “백승호 측에서 ‘큰 선수로 성장할 기회’라며 입단 허락을 부탁했다. 그러면서 구단에 금전적인 지원을 요구했다. 구단은 논의를 거듭한 끝에 백승호에게 연간 3억 원씩을 지원하기로 했다. 백승호의 성장이 한국 축구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그 결정을 내린 게 2010년 4월 5일이다.” 수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수원은 프로스포츠 구단이다. 아무런 대가 없이 백승호의 바르셀로나 입단을 허락한 건 아니다. 수원이 바란 건 하나였다. 백승호가 유학을 마치고 국내로 복귀하는 시점인 2012년 12월 31일 이후 수원 유소년 팀인 매탄고로 진학한다는 문구를 합의서에 넣었다. 이를 어길 시엔 지원금을 전액 반환한다고 약속했다. 
     
    수원은 매해 25억 원을 유소년 팀에 투자한다. K리그 구단은 U-10, U-12, U-15, U-18 팀을 반드시 운영해야 한다. 구단이 한 유소년 선수에게 3억 원을 지원한다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수원은 백승호가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다. 백승호는 바르셀로나 유소년 팀 입단 4개월 전부터 수원의 지원을 받았다. 수원은 바르셀로나 유소년 팀 훈련장과 가까운 곳에 집을 마련해줬고 차량도 제공했다. 빠른 현지 적응을 돕기 위해 카탈루냐어 과외 교사까지 붙여줬다. 
     
    축구에만 집중한 덕분일까. 백승호는 2011년 7월 6일 바르셀로나와 5년 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백승호 측은 이 사실을 수원에 알리지 않았다. 수원은 기사를 통해서야 해당 사실을 접했다. 
     
    “백승호에게 1억 2천500만 원을 지원한 상태에서 합의서 위반 문제가 불거졌다. 구단에서 합의 위반이니 지원금을 회수하란 얘기가 나왔다. 구단을 설득했다. 우린 백승호가 한국으로 돌아오길 원치 않았다. 한국인 최초 바르셀로나 성인팀에서 뛰는 선수로 성장하길 원했다. 예정대로 지원을 이어가기로 했다. 대신 2차 합의서를 썼다.”
     
    2차 합의서가 작성된 건 2013년 3월이다. 당시 백승호 측은 수원에 추가 지원 2억 원을 요청했다. 수원은 거부 의사를 피력했다. 백승호 측이 1차 합의서 내용을 위반하지 않았다면 2차 합의서 작성은 없었던 까닭이다.
     
    2차 합의서엔 백승호가 K리그 구단 입단 시 수원과 우선 협상을 진행한다는 문구를 넣었다. 백승호가 수원으로 복귀하지 않으면 지원금 3억 원에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백승호 측은 “수원이 2차 합의서를 새로 쓴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며 “추가 지원금 2억 원을 지급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2차 합의서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수원 구단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을 전했다. 
     
    “백승호 측이 1차 합의서 내용을 어기지 않았다면 2차 합의서 작성은 없었다. 백승호 측이 구단에 바르셀로나와의 5년 계약을 논의했다면 추가 지원이 가능했을 수 있다. 우린 백승호 측이 1차 합의서 내용을 어긴 후에도 1억 7천500만 원을 지원했다. 어떻게든 백승호가 큰 선수로 성장하는 데 도움을 주려고 했다.”
     
    백승호가 수원의 지원을 받고 성장한 건 사실이다. 백승호는 바르셀로나 유소년 팀에서 성장해 지로나 FC(스페인), SV 다름슈타트 98 등에서 프로축구 선수로 뛰었다. 바르셀로나 유소년 팀 출신이란 이유로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고, 연령별 대표팀에 뽑혀 국제대회에 나섰다. 
     
    백승호의 전북 이적 추진, 수원은 또다시 기사를 통해서야 알았다
     

    수원 삼성 팬들이 2021시즌 K리그1 개막전(2월 28일)부터 내걸고 있는 걸개(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백승호가 전북 현대 이적을 추진한다는 사실이 처음 알려진 건 2월 3일이다. 수원 삼성은 관련 기사를 접하고서 그 사실을 알았다. 
     
    수원 관계자는 “백승호 측으로부터 아무 얘기도 듣지 못했다”며 “처음엔 합의서가 있는데 무리하게 전북 입단을 추진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백승호 측의 연락을 기다렸다. 안 왔다. 이틀 뒤 우리가 먼저 연락을 취했다. 그때도 안 받았다. 그러다가 40분 뒤 연락이 왔다. ‘무슨 합의서를 얘기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전북과 모 구단이 백승호 측에 연락을 취해 영입을 추진했다며 너희는 뭘 했느냐고 하더라. 우린 백승호가 손흥민처럼 유럽에서 성공하길 바랐다. 백승호를 묵묵히 응원하는 게 우리 역할이라고 봤다. 어안이 벙벙했다.” 수원 관계자의 얘기다. 
     
    수원이 백승호 측과 첫 미팅을 가진 건 2월 25일이다. 백승호의 아버지 연세대학교 백일영 교수와 에이전트(브리온 컴퍼니) 관계자가 이 자리에 동석했다. 
     
    백승호 측이 합의서 위반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양 측은 합의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백승호 측이 처음엔 합의서 존재 자체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게 당시 미팅에 동석했던 수원 관계자의 주장이다. 
     
    백승호 측은 첫 미팅을 마친 뒤 3월 5일까지 영입 제안을 달라고 요구했다. 5일이 지나자 백승호 측은 수원에 공문을 보냈다. 거기엔 ‘3월 6일 0시를 기해 K리그 타 구단과 입단 협의를 진행할 수 있음을 알려드린다’고 나와 있었다. 수원은 백승호 측이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고 잘못을 인정해야만 협상을 이어갈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수원이 백승호를 영입할 생각이 없었던 건 아니다. 수원은 SV 다름슈타트 98에 백승호의 신분 조회를 요청했다. 다름슈타트에선 백승호 측과 마찬가지로 3월 5일까지 이적 제안을 달라고 했다. 다름슈타트는 백승호의 이적료, 연봉, 보너스에 더해 다른 구단 이적 시 이적료의 몇 %를 떼 달라는 요구까지 했다. 
     
    “황당했다. 구단 간엔 이적료 협상만 한다. 선수 연봉이나 보너스를 왜 원 소속팀과 협의하나. 우릴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협상을 이어가려고 했다. 다름슈타트에 두 번째 공문을 보냈다. 백승호가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일 때 귀국한 것인지를 포함한 여러 정보를 요청했다. 특히나 우린 백승호가 전북이 제공한 숙소에서 자가격리를 하게 된 이유가 무척 궁금했다. 전북은 백승호의 자가격리에 300만 원을 썼다고 들었다.” 
     
    “다름슈타트는 그에 대한 답변을 거부했다. 구단은 3월 17일까지 다름슈타트에 4차례나 공문을 보냈다. 백승호 측과도 대화를 이어갔다. 그런데 전북은 수원이 백승호를 영입할 의사가 없었다고 한다.” 수원 관계자의 말이다. 
     
    수원은 다름슈타트와 더불어 백승호 측에도 4차례 공문을 보냈다. 그 안엔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한 질문 8개가 들어있었다. 그러나 수원은 답을 받지 못했다. 
     
    수원은 3월 17일 오랜 회의 끝 백승호 영입이 어려울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백승호, 다름슈타트 모두 수원 이적에 뜻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리고선 백승호 측에 이런 메시지를 전달했다. 
     
    “소속팀이 있는 상태이니 독일로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다. 신뢰를 회복한 후 다시 협상을 시작하자.” 
     
    수원 “양 측의 합의를 위반하고 전북과 계약을 강행한 백승호 선수 측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수원 삼성은 유소년 팀에 매해 25억 원을 투자한다(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수원 삼성은 3월 31일 백승호의 전북 현대 이적에 관한 입장문을 발표했다. 입장문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수원은 한국 축구 인재 육성이란 대승적 차원에서 백승호를 지원했다. 양 측의 합의를 위반하고 전북과 계약을 강행한 백승호 선수 측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유소년 축구는 성인 축구의 근간이다. 모기업의 관심과 지원은 유소년 선수가 발전하고 구단에 합류할 것이란 신뢰가 있다. 그런데 이러한 신뢰를 저버리고 구단과의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유소년 축구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동력을 상실한다.”
     
    K리그 구단 관계자들은 앞의 내용에 깊이 공감했다. 백승호와 비슷한 사례가 처음이 아닌 까닭이다. 
     
    2021시즌 FC 서울에 합류한 박정빈이 대표적인 예다. 박정빈은 전남 드래곤즈 유소년 팀에서 성장했다. 그는 고교 시절 구단을 무단으로 이탈해 Vfl 볼프스부르크(독일) 입단 테스트를 받고 계약을 맺었다. 이후 전남을 찾아 선처를 호소한 뒤 합의서를 작성했다. K리그 복귀 시 전남과 우선 협상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박정빈은 유럽 생활을 마무리한 2020년 12월 서울로 이적했다. 전남은 박정빈이 서울 이적을 확정한 뒤에야 그 사실을 인지했다. 백승호 측과 다른 점이 있다면 박정빈 측은 빠르게 잘못을 인정하고 전남과 협상을 벌였다. 박정빈 측은 전남에 6월 30일까지 위약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수원처럼 매년 수십억 원을 유소년 팀에 투자하는 한 기업구단 관계자는 깊은 한숨을 내쉰 뒤 다음과 같은 경험담을 전했다. 
     
    “백승호, 박정빈과 같은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여러 선수가 그랬다. 구단은 선수가 유럽에서 뛴다는 이유로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모든 걸 용서해야만 했다. 구단 고위층에서 ‘그런 사례를 보고도 계속해서 유소년 축구에 투자해야 하느냐’고 묻는 데 할 말이 없더라. 이미 유소년 축구의 산실로 불린 모 구단은 지원 금액을 크게 줄였다. 이기적인 행태가 어린 꿈나무들의 피해로 이어진 것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이와 같은 사례를 방지하고자 2012년 9월 새 규정을 신설했다. 연맹 정관 규정 ‘유소년 클럽 시스템 운영 세칙’ 제4조 유소년 선수의 선발 및 이적 2항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명시돼 있다. 
     
    “프로 구단은 다른 구단 유소년 클럽에 소속되었던 선수를 등록할 수 없다. 원소속팀의 서면동의가 있어야만 이적이 가능하다.” 
     
    백승호는 이 규정에 소급 적용을 받지 않는다. 백승호는 2010년 매탄중 입학 후 바르셀로나 유소년 팀으로 향했다. 축구계 관계자들은 여기서 전북의 백승호 영입이 동업자 정신을 위반한 행위라고 지적한다. 
     
    “K리그 구단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면 앞의 규정은 신설되지 않았을 것이다. 전북도 처음엔 ‘K리그 유소년 시스템의 근간을 흔들 이유가 없다’며 ‘안 좋은 선례를 남길 순 없다’고 했다. 그런데 말을 바꿨다. ‘백승호의 선수 생명이 위태롭다’면서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순 없다’고 했다. 신의나 동업자 정신은 찾아볼 수 없었다.” K리그 관계자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백승호가 2021시즌 K리그1에서 뛰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전북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이면 도쿄 올림픽에 출전할 가능성이 있다. 전북에서 뛰다가 김천상무에 지원해 병역도 해결할 수 있다. 수원의 지원을 받고 유럽 리거로 성장한 백승호가 이번엔 전북에서 다양한 혜택을 누리고자 한다. 전북은 그런 백승호를 받아들였다. 
     
    한편 엠스플뉴스는 백승호 측의 생각을 듣기 위해 두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백승호 측은 연락을 부탁한다는 문자 메시지에도 답을 하지 않았다.  
     
    이근승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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